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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 원광대 고시용 교수…종교계 차세대 리더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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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1 작성일 15-01-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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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고하 상관없이 마음자리는 같아

포교보다 이웃에 봉사하는 삶이 우선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년 펴낸  '한국의 종교현황’을 보면 2010년 우리나라 종교인구는 6천990여만명으로 전체인구보다 2천200만명이 더 많은 수치다. 물론 과장된 수치로 추정된다. 이처럼 종교인들이 많은 사회지만 자살률, 교통사고 사망자수, 부패지수 등은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종교와 종교인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진정으로 종교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하여 사회를 맑고 아름답게 꾸미고자 노력하는 젊은 종교지도자를 찾아 종교를 넘어 인류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아름다운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고시용 교수가 세종교당 교무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시용(45) 교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원광대학교 교학대학 학과장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금요일 늦은 오후부터 주말은 세종시 원불교 세종교당에서 성직자의 신분으로 교도들과 새롭게 이주해오는 공무원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화와 문화행사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평일 저녁에도 시간이 되면 80km 떨어진 세종시까지 달려가 신앙상담을 한다.

교수신분을 유지하면서 성직을 동시에 수행한 사례는 원불교 100년 역사에 고 교수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는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친 이론을 현장에서 직접 실천해 새로운 모델을 개척해 나간다는 자신감에 기인했다.

- 원불교 신앙은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본가는 불교를 신앙했지만 어머니가 원불교를 신앙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초등학교부터 가끔 교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원불교 성직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고3 때.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인근 인현고 1학년 당시 중학교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 나를 만나러 오던 친구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친구가 죽기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들어가고 좋은 직장 얻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당연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생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심한 갈등을 겪었다. 고민 끝에 어머니의 권유로 교당 교무와 상담해 진로를 결정하고 88년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에 입학, 4년 수료 후 동산훈련원에서 1년 과정을 마치고 93년도 영광교당 부교무 4년, 청주교당 3년, 원불교학과 학사 지도교무 3년, 교정원 교육부 과장 3년, 원광대 대학교당 교무 3년을 마치고 원불교학과 교수직을 5년째 맞고 있다. 석박사 과정도 원광대에서 했다.

- 교수 신분으로 세종교당 교무직을 수행한다는데

원불교학과 교무양성 이론과 실제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격려를 해주어 결심하게 됐다.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많은 조언을 구했다. 1월 15일 세종교당 주임교무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아울러 지난 10월 9일 정부청사 국무조정실 맞은편 상가에 98㎡의 아담한 공간을 마련해 봉불식을 올리고 새롭게 세종시로 이주해오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포교보다는 세종교당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해봤다. 40대 전후의 고학력 공무원으로 초등학교 유치원 자녀를 둔 분들에게 봉사할 방안을 고민해 본 결과 주말에는 교도들과 함께 종교생활을 하고 주중에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청소년센터 운영이 효율적이라고 생각, 영어 명상캠프 운영과 청소년 진로적성 상담을 통해 새로운 도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요즘에는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원음방송과 함께 드림 콘서트 개최 등을 통해 문화활동 영역을 개척하고 진로지도와 사회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공무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데 

새로 이주해온 분들은 몸은 세종시로 왔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분들이 많다. 이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부모의 평생교육과 자녀의 인성교육 특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것을 교당 운영의 기본 축으로 정하고 세종시를 밝고 훈훈한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처음 13명의 교도로 출발해 현재 40여명이 지역에 봉사하고 있으며 후년에는 100여명의 교도를 확보, 훈련시켜 살맛나는 교당을 만들고자 한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10주간 ‘메디테이션 점심-힐링명상 선’을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7시에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부담없이 참석해 서서, 앉아서, 누워서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화합할 수 있는 좌선, 요가, 도인법 등을 간추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음공부의 한 부분이다. 이들이 초급을 마치고 중·고급 과정을 수료하면 초심자를 지도할 수 있게 유도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녀를 따라 이주해온 70, 80대 노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고 있다. 1박 2일 여행을 위해서도 준비가 필요하듯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지를 함께 공부하며 인생의 지혜도 함께 나눈다. 법회 후에는 밥상공동체를 통해 정을 나눈다. 교당은 밥을 준비하고 교도는 반찬을 가져온다. 집에 남은 음식을 가져오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게 한다. 나는 항상 냉장고는 비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은 음식물을 교당에 가져오면 필요한 사람이 전부 가져가게 만든다.

원불교는 헌금을 강조하지 않는다. 교당 운영도 기본적인 것은 교도들의 헌공금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것은 강연료, 원고료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

고시용 교수가 개발한 ‘영어명상 캠프 M3’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행사를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청소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세종교당을 함께 운영하는 박세훈 보좌교무와 함께 청소년 상담 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종교를 떠나 미래 꿈나무인 청소년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청소년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게 됐다.

학교 폭력 등 다양한 청소년 문제를 마음공부를 통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치유할 수 있는 마음명상훈련법으로  ‘심심풀이 M3’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 ‘심심풀이 M3’는  ‘단전주명상’, ‘메타 마음일기’,  ‘아자차 공부(유무념공부)’ 등 원불교 교법에 바탕을 둔 청소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심심풀이 프로그램은 문화관광체육부의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으며 청소년은 물론 대학생, 일반인 인성교육에도 효과가 있어 프로그램 진행을 요청하는 단체가 있으면 출강을 나간다.

퍼즐 반야심경도 개발했다. 2009년 원광대학교당 교무 재직 시 반야심경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게임을 기획하여 보드게임 전문가와 함께 개발했다. 6명이 참가하여 6개의 카드를 먼저 조합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으로, 게임을 할수록 반야심경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사랑, 감사, 칭찬, 사과 등을 주제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만들었다.

- 종교의 역할에 대한 의견은

‘내 종교를 믿어라’가 아니라 내 종교의 신앙으로 미래 인류 사회에 얼마나 공익적인 삶을 사느냐가 문제다. 과거의 삶이 아닌 전혀 다른 눈부신 삶을 살아내면 자연히 모든 사람들이 그 가르침을 받으러 올 것이다. 자신이 스스로 가르침을 입증해 보이도록 실천해야 한다. 당위에 대해 올곧은 삶을 사는 것이 먼저다. 생각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100년 역사의 원불교는 보기 드물게 분파가 없다. 이유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몸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 분은 스스로 법치교단을 만드셨다. 성문법 교단을 만들어 교단을 운영했고 재세 시에 종법사의 직위에서 내려와 후임에게 물려주는 전통을 확립했다. 그리고 대종사 당대에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공화제도를 정립했다. 원불교 훈련법 가운데 회화라는 항목이 있다. 회의를 통해 참석자는 무조건 발언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은 경청해야 한다. 비평은 하지만 발목잡기는 안 한다. 반대를 인정하지만 양보와 조절을 통해 합리적 목적을 이루려 노력하는 것이 분파를 막은 원인이다.

- 원불교는 마음공부를 강조하는 것 같은데

원불교에는 용심법 즉 마음을 쓰는 법이 있어 모든 공부의 근본을 마음공부로 보고 있다. 2010년부터 원광대학교에서 한국연구재단에 원불교 100년 기념으로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한 것이 받아들여져 마음인문학을 아젠다로 인류문명에 새로운 것을 찾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마음에 대한 사상, 치유, 도야, 공유의 4개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원불교사상연구원 사무국장으로 있을 때 기획했고 마음인문학 연구소를 통해 마음에 대한 집중연구를 하고 있다. 사상분과 분과장과 도야 분야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마음자리는 똑같다. 원불교 100년을 기념하기 보다는 원불교인으로서 거듭날 수 있게 ‘자신성업봉찬’ 즉 스스로 성스럽게 성자가 되어야 한다.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물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개벽으로 거듭나기 위해 마음에 중심을 둬야 한다.

정영찬 기자


출처

종교신문 http://bit.ly/1wR7D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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