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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 “출가 수행자, 자기버림의 위대한 승리자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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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1 작성일 14-12-0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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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스님,'1년 열두달 비 바람만 불지 않는다'

세월호, 생명보다 중요하고 상위에 있는 법은 없어






최근 전직 국회의장을 비롯해 검찰총장, 국립의료원 원장, 서울대 교수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비상식적인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한국 불교 최대종단인 조계종이 종권, 재산 문제 등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답답하기만 한 세상사로부터 탈출할 해법을 구하기 위해 십수년간 내장사 벽련암에서 수행생활을 해온 노승 대우(69) 스님을 찾았다.
마지막 단풍이 자태를 뽐내고 있던 지난달 중순, 내장사로 들어가는 길엔 철늦은 단풍을 즐기려는 인파로 넘쳐나고 있었다. 금세 불이 붙을 듯 붉고 노랗게 물든 잎사귀가 바람에 날리는 내장산(內藏山). 사랑과 자비, 생명, 우주에 대한 철학과 사색을 아름다운 시구절로 옮겨 대중들의 마음을 보듬고 있는 스님과 마주 앉았다. <편집자 주>


내장사 경내 바로 앞 찻집에서 시 쓰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대우 스님.

-현 시국과 관련해 국민 대부분이 어지럽고, 힘들다고 말하는데.

1년 365일 비, 바람만 불겠는가. 해 뜨는 날이 있으면 궂은 날도 있는 법이다.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이 있어야 세상은 화평하고 공평해진다.
세상을 원망치 마라. 비록 우리 사는 세상이 아무리 고단해도 하루에 한 번씩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큰 소리든, 마음속으로든 말하라. 그리고 원망도 불평도 말라. 남이 내게 주거나 베풀지 않는다고 생각마라. 어차피 누구든 삶은 빚지고 사는 게 아닌가. 세상 이치, 내가 준만큼 받게 돼 있다.

-304명의 무고한 희생을 낳은 세월호 처리 문제를 놓고 논란이 심하다. 스님의 생각은.

이 시대의 어른들과 국가가 금쪽같은 우리 자식들을 물속에 가둬 놓고 죽도록 방치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대참사라는 생각이다. 생명보다 중요하고 상위에 있는 법은 없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데, 죽어가는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대통령이 눈물 흘리면서 유가족의 모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7개월이 다 지나도록 유가족의 아픔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국가가 국민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고, 세월호 3법도 타결됐다. 하지만, 유족들 입장에선 달라진 정부의 모습을 원하는 것 같은 데, 대통령의 눈물이 저주와 험담으로 바뀔 정도로 험악해진 정국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어쨌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향후 이런 사고는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스님은 평상시 주로 뭘 하시는지.

2년 전 10월 내장사의 대웅전이 화재로 소실돼, 정례로 설법을 할 수 없어 안타까운 뿐이다. 단풍철엔 단체로 찾아오는 불도들을 대상으로 틈틈이 설법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때로는 지역사회의 기관이나 단체가 개최하는 강연 등을 통해 법문을 전하고 있다.
또, 지난 20년 넘게 벽련암에서 참선해 오면서 인생, 우주,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사부대중에게 쉽게 전할 수 있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평상시 느낌과 깨달음을 글로 표현해온 생활이 ‘생명의 시, 사랑의 시’를 쓰는 승려가 된 동력이 된 듯하다. 시가 별거인가. 그저 시간을 훔치는 일 아닌가.
시(詩)는 의도적으로 쓴 것은 아니고, 그저 자연스럽게 적은 내용을 묶어 출간했을 뿐이다. 자랑거리라면 지난 3년 동안 암자에 기거하면서 불법 초보자들과 일반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반야심경을 한글로 번역한 책을 지난 4월 출간했다.

-내장사에 들어오는 길가에 스님의 시가 그림과 함께 그려진 천들이 나부끼는 걸 봤다.

평상시 가슴에 담겨진 마음으로 쓴 시를 일반 대중에게 좀 더 많이 전해 주기 위해 전시하고 있다. 나는 이를 ‘깃발전’으로 부른다.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전시하고 있다.
시란 주로 생명, 사랑, 우주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자기 이야기로 꽃피우는 것이라고 본다.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을 생명과 웃음, 사랑, 꽃 등으로 승화시킨 영혼의 소리가 바로 시(詩)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감에 빠지면 경이로운 생각이 들 뿐 아니라 감동과 함께 부처임의 자비, 감사함이 가슴에 전해진다.
'나'라는 개체는 우주와 사랑, 부처님의 자비를 떠나선 생각할 수 없다고 본다. 즉, 우주와 나는 별개가 아니고, 이원화된 별개로 보지 않는다. 세계는 바로 하나, 한 세상인 것이다.

내장사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대우 스님(왼쪽)이 붉게 물든 단풍잎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사회 고위급 인사들은 물론, 불교계의 종권, 재정, 윤리적 문제 등으로 인해 시끄럽다.

그동안 한국사회가 압축 성장의 결과로, 국민들이 배고픔에서 얼마간 벗어났지만, 국민 의식이나 도덕 윤리적 가치관 면에선 입에 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타락된 일탈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고위 인사들의 추락은 말 그대로 욕망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우선, 종교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출가 수행자는 ‘자기 버림의 위대한 승리자’라는 본연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종교가 권력인가. 종교인은 물신주의 조직의 힘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요즘 종교사회 일각에선 ‘죽음의 냄새’가 날 정도로 삿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종교인이 소유와 명예를 위한 삶이 아니잖은가. 종교인은 사회에 소금과 등불 같은 존재로 인식시키기 이전에 자신부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조계종 선학원 사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자살률, 이혼율, 교통사고율이 최고인 우리나라다. 이런 나라, 사회가 어떻게 국민의 행복과 건강을 말할 수 있나. 이런 문제는 국가는 물론, 종교와 종교인 역시 본연의 책임과 역할에 소홀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본다. 종교인은 사회구제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끄럽지 않은 참수행자인가 고민해야 한다.

-내장산의 단풍이 타 지역에 비해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면.

내장산의 단풍은 조선8경의 하나로 오색 꽃물로 단장된 풍광이야말로 장관이다. 내장산에 들어서면 아마도 햇빛은 물론이고, 사람이나 바람도 단풍그림자에 물들어 보일 정도로 감동적인 빛을 발하고 있다.
내장산은 남부 내륙에 위치한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일교차가 크고, 주변엔 높은 산이 없기 때문에 일조 시간이 길어 나뭇잎 색깔이 울긋불긋 다채롭게 물드는 것이다. 게다가 내장산의 단풍나무는 11종일 정도로 수종도 다양해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한 색깔만 내는 단풍나무라면 얼마나 적적하겠는가. 설악산에는 6종, 오대산이 4종인 것을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절 안으로 들어오는 길가에 조성된 이른바 ‘단풍나무 터널’은 약 50~60년 전부터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이다. 정읍 시민들은 내장산을 마음의 고향이고, 내장사를 수양의 도량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정읍시민은 정읍을 ‘축복의 땅’이라고 생각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실록이 내장산 용굴암에 보관된 것으로 확인돼 이와 관련한 행사가 있는 걸로 아는데.

내장사는 전통사찰 제3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절로, 임진왜란 때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을 내장산 용굴암과 은적암, 비래암 3곳에 옮겨 보관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각종 문헌에도 전주사고에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경기전의 태조 어진을 내장산 용굴암 등으로 옮겨 보관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기념하는 행사로 매년 10월 전주가 개최하고 있는 '태조어진 봉안행렬'과 '조선왕조실록 운반 행사’에 맞춰 이곳 내장사에도 지역주민,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찰부터 용굴암까지 2시간 동안 나르는 행사를 돕고 있다.

-최근 현장학습 수업 차 내장사를 찾고 있는 학생들은 많은지.

20년 전만 해도 수학여행, 문화답사를 위해 사찰을 찾아 올 때면 사전에 공문을 보내 사찰에 대한 유래나 역사에 대한 설명을 요청해 왔건만, 지금은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사찰에 숨은 뜻 내장산에 얽힌 이야기를 청하는 이도 없어 조금은 씁쓸하고, 변질돼 버린 세태를 절감하고 있다.

내장산 공원 내 울긋불긋 붉게 물든 단풍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모습.

-종교간 대화와 협력에 대한 스님의 생각은.

요즘 국내 종교계 소식을 보면, 종교간 갈등하고 대립하는 모습이 있던 데, 다원화 시대인 요즘 이단이니 삼단이니 하는 시비 논쟁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따라서 종교가 화합하는데 노력하기보다 나와 다르다 해서 분쟁과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나는 1990년 총무원 교무부장 직을 수행하면서 당시 종교간 대화와 일치운동에 힘써온 한국종교협의회의 종교연합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지역사회에서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지역 개신교 목사, 신부, 원불교의 교무들과 자주 모임을 갖고 많은 대화와 함께 다양한 지역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테면 다문화가정이나 결손가정, 독거노인 등에게 필요한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우 스님은 지난 1959년 전북 선운사에서 스승인 운기화상으로부터 득도, 출가해 현재까지 내장사에서 수행 정진 중에 있다. 조계종 총무원 교무부장, 포교부장, 총무부장을 거쳐 중앙종회 의원직과 함께 중앙승가대학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더욱이 대우 스님은 지난 29대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시작으로 32대, 33대, 34대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종단 내 승풍 개혁과 쇄신운동에 앞장서온 인물이기도 하다. 1946년생, 고향은 전북 순창.

대담・정리=이건재 기자


출처

종교신문 http://bit.ly/1zNGB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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